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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앞치마 두른 할아버지들- 중림복지관 7인7색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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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004회 작성일 14-06-0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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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홀몸어르신 요리교실
영양개선, 반찬지원, 친구맺기
3배 효과로 인기 상승중








▲ 요리교실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간 좀 봐달라며 멋없게 파겉절이를 내미는가하면 뒤죽박죽 순서를 착각해 뒷수습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탄생한 제육볶음의 맛은 단연 최고였다.

70평생 앞치마를 두를 일은 없을 줄 알았다. 요리교실에 참가할 일은 더더군다나 없을 줄 알았다. 난데없이 들이닥친 상황.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레시피를 받아든 할아버지들의 얼굴이 좀체 해석 불가다.
오늘의 요리는 제육볶음과 파겉절이, 그리고 깻잎장아찌. 돋보기를 꺼내 요리법을 찬찬히 훑어보는데 제육볶음에만 들어가는 재료가 17가지다. ‘무슨 재료가 이리 많이 들어가냐’부터 ‘재료 외우다가 흰머리 더 나겠다, 레시피대로 하는 건 복잡하다, 순서무시하고 한꺼번에 하는 게 더 맛있다’는 ‘막가파 식’ 훈수까지. 요리선생님은 할아버지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무작정 한꺼번에 넣지 마시라고.


홀몸 어르신 영양개선프로젝트
5월 28일 홀로 사시는 할아버지들을 위해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위탁운영하는 중림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이용갑) 7인 7색 무지개밥상교실은 시작부터 결과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7명의 할아버지들이 만들어내는 말많은 제육볶음은 절묘한 제목처럼 다채롭지 싶다.
“매실액 대신에 시중에 파는 매실주스 이용하셔도 되구요. 목삼겹 말고 기름없는 앞다리살 사세요. 그리고 사과 갈아넣으시구요. 없으면 양파라도 꼭 넣으세요.”
양념대용부터 재료 세척과 조리법까지 요리선생님은 조근조근 레시피를 설명하며 요리 시연을 보였다.
썰린 당근 모양을 확인하기 위해 뒤에서 목을 빼며 쳐다보는 어르신이 있는가하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직접 확인하기도 한다.
무지개밥상은 남성 독거 어르신들의 식생활 개선과 영양상태 개선을 위해 올해 처음 시작된 사업이다. 총 8회기로 어르신들이 쉽게 혼자서 해드실 수 있도록 메뉴구성을 짰다.
요리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다 보니 기껏 만드는 것이 라면을 넘지 않았고 복지관 식당에서 먹는 한끼로 하루를 버티다 영양실조에 걸려 쓰러지신 분도 있을 정도로 어르신들의 영양상태는 엉망이었다. 중림복지관이 모금재단 바보의 나눔측의 후원을 받아 영양개선 프로젝트를 실시하게 된 이유다. 처음에는 신청자 모집부터 난관이었다. 늙어서 볼썽사납다는 반응은 물론 남자가 무슨 요리냐며 신청을 권유하던 직원은 되레 꾸지람까지 먹어야 했다. 실습한 요리를 가져가 밑반찬 삼으라고 끈질기에 권유한 덕에 7명이 모였다. 첫 번째는 장보기 등의 이론교육을 실시했고 지난번에는 두부조림을 만들었다. 할아버지들은 이주에 한 번씩 모여 요리를 한다. 나중에는 후배 참여자들과 멘토 멘티 관계를 이뤄 요리 경연대회도 나가고 독거 노인들에게 직접 만든 요리를 배달하러 갈 예정이다.
김방현 어르신(71) 역시 홀로된 지 6년이 됐지만 그동안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 곤혹스럽던 차였다. 사다먹는 것이 입맛에 맞지 않아 스스로 해먹어 보려 했지만 도무지 맛을 낼수가 없어 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아내의 빈자리가 실감났다. 반찬 투정하던게 참 어리석었지 싶었다. 세상에 남자 여자가 할 일은 따로 없다며 호기롭게 요리수업을 신청했지만 오기까지 무던히도 망설였다.


요리하며 배려심 키워
선생님의 요리 강습이 끝난 후 이윽고 세 그룹으로 나뉘어 시작된 실습시간. 각자 일을 분담해 깻잎을 씻고 사과를 갈고 고기를 재웠다. 양파를 움켜쥔 손들이 가지런했다. 도마 위로 떨어지는 칼소리는 뚝뚝 끊겼고 행여 사고라도 날까 집중하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미세한 긴장이 흘렀다. 두께도 모양도 제각각인 채소들. 심지어 요리순서도 제멋대로다. 김영진 어르신(68)은 한참 고기를 볶던 중에 아차 싶었다. 만들어둔 양념장을 빼먹은 것. 양념장에 재워 숙성시켰어야 할 고기는 허옇게 불위에서 익어가고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겸연쩍게 웃고는 어떻게 먹어도 양념 맛은 난다며 양념을 들이붓는다. 그리고 이내 맛을 보더니 맛있다며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반면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의심스럽다며 요리하다 말고 레시피를 골똘히 들여다보는 어르신도 있다. 그리고 이내 파겉절이를 선생님께 손수 집어주며 간 좀 보라고 성화다. 결과는 합격.
오늘의 주요리인 제육볶음을 그릇에 소복이 담아내고 파채와 깨로 화룡정점을 그리던 남행욱 할아버지(80)는 술안주로 딱이라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럴싸한 비주얼에 어울리지 않게 자신의 요리에 60점만 매긴 할아버지. 음식을 맛본 주변에서는 너무 박하다며 80점이라고 외쳤다. 얼기설기 요리는 끝났고 수고했다며 서로 어깨를 두드렸다.
닥치면 한다는 생각으로 요리교실문을 두드린 어르신들. 숨은 재능을 발견한 요리초보들은 자신의 손맛에 감탄하고 놀라워했다. 요리과정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지금껏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해준 이들에 대한 배려도 배웠다. 오늘 저녁은 맛있게 먹겠다며 다음수업으로 예정된 감자잡채, 소고기조림을 기대하고 서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배현진 기자(현대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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